종이라는 소재가 주는 질감은 나에게 있어서 그 어떠한 것 보다 좋고 남다르다.
종이는 종류에 따라 그 질감과 손끝에 느껴지는 촉감이 다르다. 종이라는 소재는 2차원의 평면이지만, 이것을 겹겹이 겹치고, 찢고, 구기고, 구부리는 것에 따라 3차원으로 변하며 어느 순간엔 평면과 입체의 어디쯤에 위치한다. 그래서 안료 대신 종이가 작업의 주 소재가 되고 그리거나 칠하는 회화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종이 자체를 작업으로 변모시켰다.
종이작업 자체만 보면 큰 공간을 다루는 입체성을 갖고 있지 않지만, 평면의 한계를 다른 형태의 입체로 보여준다는 특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. 내가 생각하는 공간개념은 어떠한 사각형 안에서도 보여줄 수 있지만, 꼭 프레임 안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며 그 밖으로도 연결되며 때론 프레임의 안과 밖을 넘나들거나 연결되는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.
작업의 소재는 유년 시절 느꼈던 공간에 대한 기억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내가 재구성하거나 또는 그 기억에 상상을 더하여 표현한다.